대한독립방송

수필/다락방...조옥성

다락방은 예나 지금이나 따뜻한 어머니 품속 같은 보금자리다

조옥성 | 기사입력 2024/11/27 [09:58]

수필/다락방...조옥성

다락방은 예나 지금이나 따뜻한 어머니 품속 같은 보금자리다
조옥성 | 입력 : 2024/11/27 [09:58]

수필/다락방

 조옥성

  

오늘은 가을을 재촉하듯 한여름의 더위를 한꺼번에 몰아가면서 시원스럽게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메마른 대지만큼이나 건조한 내 마음도 촉촉하게 젖어드는 빗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일상의 일에 생각이 잠긴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우리나라 계절 가운데 여름을 제일 싫어했다. 더위도 더위이지만, 여름에는 내 마음의 휴식공간인 ‘다락방’의 문이 굳게 닫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폭우가 쏟아지고 나면 잠시나마 더위가 물러나 내 다락방의 문이 활짝 열린다. 

 

 

4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가정은 대가족인 데다 방은 몇 개 안 되어서 편안히 쉴 공간이 없어 일부러 부모님을 졸라 다락방 있는 집을 찾아 이사를 가기도 했다.

 

집이 좁다 보니 다락방에는 헌책과 묵은 곡식들 그리고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가득하였지만, 그래도 우리 집 다락방은 마음이 울적할 때면 그곳에 올라가서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꿈을 키워온 내 사색의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이야기에 빠져 놀다 보면 어머니는 군음식으로 밀과 보리를 볶아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맛있는 호박전도 부쳐 주었기에 성인이 된 지금도 나는 그 다락방에 깃든 어머니의 사랑과 정을 잊지 못한다.

 

나는 다락방의 그 작은 창을 통해 마치 요지경을 들여다보듯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사람 사는 일을 알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볼 수 없지만, 나는 그 작은 창문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랐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행복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은 값비싼 대리석으로 장식한, 넓고 큰 집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나는 그보다는 편안하게 드러누워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일들에 대해 자유롭게 사색할 수 있는 ‘다락방’이 있어서 더 좋다. 

 

건축가들은 큰집보다 작은집을 짓기가 더 어렵고, 설계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규모가 큰 집은 큰 부엌과 자기만의 특별한 공간을 얼마든지 만들어 넣을 수가 있지만, 작은 집은 그럴 수가 없어 설계가 옹색하기만 하다.

 

그래서 진정한 건축가는 규모가 큰 집이 아니라 작은 집을 짓는 데서 오히려 건물의 가치와 건축미학을 창출해 낼 수 있으니 작은 집에서 그의 능력이 발휘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조그만 것에서 큰 것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이 다락방이 아닌가 싶어서 나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나는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사업체가 크지는 않지만, 두 개를 가지고 있다. 한 사업체는 손님이 방문을 하면 환담을 하며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다른 한 사업체는 사무실이 비좁아 직원들조차 앉을 자리가 없어서 늘 불편했다.

 

궁리 끝에 손재주가 있는 바로 위의 두 형님과 어렵게 상의하여 사무실 위에 ‘다락방’을 만들기로 결정을 하고, 나는 두 분 형님의 지시대로 목재소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모든 자재를 구입해 왔다. 

 

두 분 형님은 동생의 일에는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어 늘 고마웠다. 두 분 형님은 일상의 일이 늘 바쁜 사람들이지만, 동생의 일에는 싫은 기색 한 번 보이지 않았고,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서 나만의 쉼터인 ‘다락방’을 만들어 주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내가 맡았다. 커튼과 전기를 달고 벽지를 바르며 가파른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하는 작업부터가 나에게는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요 행복이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만의 공간인 다락방에서 글도 쓰고 명상도 하고 그리고 길거리의 사람 사는 소리를 듣고 구경하며 인생을 배워나간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어머니가 부쳐 주시던 그때의 호박전 생각이 나면, 언제고 그 ‘다락방’으로 기어 올라간다.

  

프리미엄이 붙은 집이나 화려한 장식 인테리어는 없지만, 대신 깔끔하게 벽지를 바르고 새 장판을 깐 소박하고 정이 담긴 공간이기에 나는 그곳이 편안해서 좋다.

 

퇴계는 당대 최고의 학자였지만, 고대광실이 아닌 조그만 서원에서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길러냈다고 하지 않던가. 큰집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좁기는 해도 정이 든 공간이어서 오히려 포근하고 자유로운 내 다락방이 나는 좋다.

 

과거 우리는 먹고 살기조차 힘들도록 가난했지만, 마음은 늘 부자였다. 집은 크기가 아니라 거기 담긴 생각에 따라 그 값이 매겨져야 할 것이거늘 요즘 사람들의 가치관은 그게 아니니 답답하고 아쉽다. 

 

다락방은 쪽방, 옥탑방 등과 같은 빈궁의 인상을 풍기는 방이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정신적, 물질적으로 온갖 어려움을 함께한 공간이고 보니 나에게 다락방은 예나 지금이나 따뜻한 어머니 품속과 같은 보금자리이다. 

 

비 온 뒤의 ‘다락방’은 우중충하고 냄새도 안 좋지만, 그래도 다락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먼저 가신 어머니와 옛 친구들을 만난 듯이 행복감에 젖어든다. 오늘은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나만의 공간 ‘다락방’이 나는 좋다.

 

이곳에서 40년 된 친구 경익이와 선옥이랑 따뜻한 차 한 잔 하고 싶다. 

 

 

<수필가 소개>  조옥성   

  

여수공업고등학교 졸업,우석대학교졸업(이학박사) 

대한독립립방송 편집인, 국제웰빙전문가협회 행코문학회 수필가로 등단한 조옥성 박사는 협회 산하기관인 한국강사총연합회 대표회장, 전남권 행코교수단 회장으로서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행복 코디네이터 책임교수이다.

 

유튜브 '조옥성tv'와 '국민기자뉴스' 취재기자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여수시체육회 사무총장 출신으로서 현재 여수시의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하며 인재를 육성하고 있으며,여수지역독립운동가유족회 사무국장,의혈지사 윤형숙기념사업회 중앙 본부 사무총장,가수 한수정 팬카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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